발리 Nyepi Day 강제 리조트 콕 : MMP 커피 농장 투어, 발리 전통 스크럽 루 체험 후기

20230401-20230407
Bali & Gili Trawangan

발리 Nyepi Day 는 발리의 공휴일로 침묵의 날이며 1년에 하루 모든 것이 셧다운되는 날이다. 셧다운되는 수준이 아무도 집 밖에 나가지 않고 불도 켜지 않으며 심지어 공항도 운영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셧다운되다 보니 외국인에게도 적용되는 문화라서 관광객도 녜피데이에는 외출이 불가하고 숙소에만 있어야 한다. 하필 우리가 발리에서 지내는 날 중간에 이 녜피데이가 껴있었는데, 하루 종일 뭐할지 하다가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체험 프로그램들을 해보기로 했다.

문둑모딩플랜테이션 리조트에는 아무래도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교통편도 좋지 않다 보니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체험 요소들을 꽤 많이 만들어놨다. 조식 먹으면서 대화를 나눴던 직원도 이 먼 곳까지 방문해 주는 관광객들에게 매우 고마움을 느끼기 때문에, 최대한 만족스러운 경험을 주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고 했는데 이런 체험 요소들도 하나의 요소인 것 같다.

문둑 모딩 플랜테이션 커피농장 투어

조식 먹고 버틀러 가르기타에게 커피 농장 투어를 예약하고 싶다고 했더니 바로 할 수 있다고 한다.
원래는 타임테이블이 있길래 정해진 시간이 있는 줄 알았는데 가르기타가 직접 투어를 시켜줬다.

커피 농장은 막 내가 생각하는 커피나무가 쫙 펼쳐져 있는 그런 장소는 아니었고, 숲인데 부분 부분에 커피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그래서 넓은 숲을 한 바퀴 산책하면서 설명하는 방식인데 커피 열매가 원래는 이렇게 초록색이다가 익으면 빨간색으로 변하고 이 열매를 까면 콩이 나온다.

그리고 발리가 루왁 커피로도 유명한데, 발리 커피 플랜테이션 찾아보면 사향고양이를 철창에 가둬놓고 키우는 곳들이 많다. 하지만 문둑 모딩 플랜테이션에서는 넓은 리조트 내 여기저기에 있는 커피를 사향고양이가 먹고 난 후 똥을 싸면 그걸 주워다가 커피 만들 때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 MMP의 루왁 커피는 100% 자연산이고, 자기네들도 그 커피를 만들려면 채취하긴 해야하는데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견될지 모르기 때문에 걷다가 사향고양이 똥을 발견하면 기분이 되게 좋다고 웃으면서 알려줬다.

농장 한바퀴를 돌고 나서 햇빛으로 커피를 말리는 것을 보여줬다.
커피는 뭐 방식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공정 과정을 거치는데, 껍질을 까지 않고 그대로 볶는 것, 껍질을 한 번 까서 볶는 것, 껍질을 두 번 까서 볶는 것 등….그래서 리조트에서 파는 커피 종류가 대충 6~7가지 있는 것 같았다.

종류별로 원두 냄새를 맡고 먹어보고 싶은 커피들을 주문하면 바리스타 직원분이 내려주시는데, 내추럴은 진짜 되게 흔하게 먹어본 맛이었는데, 약간 묵직하고 산미는 약간, 향은 딱히 나지 않았다. 허니는 향도 조금 더 가볍고 바디감이 덜하지만, 대신 산미가 훨씬 높았다. 와일드 루왁 커피는 산미 없고 향도 크게 느껴지는 것 없으나 바디감은 확실히 느껴졌다. 엄청나게 묵지! ㅋㅋㅋ 나는 커피 맛을 잘 모르긴 하는데 커피들이 대체로 뭔가 특색이 두드러진다던가 그런 건 아니고 평범한 느낌이었다.

대나무 빨대 만들기X, 대나무 빨대에 인두로 그림그리기

커피 농장 투어가 끝난 후 방으로 돌아와서 잠깐 쉬었다가 가르기타에게 대나무 빨대만들기와 발리니스 뷰티 체험을 신청했다.
아무래도 발리가 친환경 이런 걸 엄청나게 어필하고 있다 보니 대나무 빨대 만들기가 뭘까 궁금했다.

가르기타가 어떤 가방을 들고 우리를 강당 같은 곳으로 안내해 줬는데, 가방 안에서 나온 건 인두 ㅋㅋ 내가 상상한 대나무 빨대 만들기는 대나무를 깎아서 빨대를 만든 다였는데, 실제로 하는 것은 이미 만들어진 대나무 빨대에 인두로 지져서 원하는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는 것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급 노잼

그리고 인두가 엄청나게 잘 듣는 것도 아니어서 뭐랄까…. 점묘화 그리듯이 점 찍어서 글씨를 썼다 ㅋㅋㅋ
솔직히 대나무 빨대 만들기 이건 비추ㅋㅋㅋ

발리니스 뷰티, 발리식 스크럽 루 체험

대나무 빨대 만들기 신청할 때 발리니스 뷰티 체험도 같이 신청했는데, 이번엔 다른 참가자들도 있어서 기다렸다가 여러 명이 진행했다.
문둑 모딩 플랜테이션의 스파 직원이 와서 발리식 스크럽인 루 만들기를 보여줬는데, 우리는 만드는 걸 보고 다 만들어진 걸 발라서 체험해 볼 수 있는 그런 방식이었다.

약간 우리나라의 돌절구? 같은 그런 개념의 돌그릇에 각종 재료를 돌로 된 방망이로 즉석에서 다졌다. 베이스는 쌀이었는데, 쌀에 강황과 캐슈넛, 코코넛 오일, 이름 모를 식물 등과 물을 다져서 만들었다. 그 자리에서 각종 천연재료로 스크럽을 만드는 것이 꽤 신기했다.

체험하는데, 아무래도 쌀을 완전 곱게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피부가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약간 자극이 될 수 있다고 했고, 선 번 때문에 고생 중인 남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팔에 발라봤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물로 씻어줬는데 진짜로 보들보들해진 것 같은 느낌은 있었는데, 강황 때문에 팔이 약간 노래지더라.
ㅋㅋㅋ 일시적이기 때문에 금방 없어진다고 ㅋㅋ 그래도 너무 친절했던 스파 직원….
아마도 이 사람이 선 번 때문에 고생하는 우리에게 알로에 갈아줬던 것 같다 ㅠㅠ…. 고마우신 분….
발리니스 뷰티 체험은 뭐 특별한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꽤 재미있었다.

말 목장 구경, 수영장과 자쿠지, 밤에는 벽난로 불멍

뭔가 하루에 체험 프로그램 너무 많이 신청하면 좀 이상한가?? 싶어서 3개 정도로 참고 어차피 애프터눈티도 즐겨야 하고 숙소에 딸린 수영장과 자쿠지도 즐겨야했고…. 할 건 많았다.

그 외에는 커피 농장 투어하다가 가르기타가 잠깐 구경시켜 줬던 말 목장, 체험 프로그램 중에 일정 금액을 내고 할 수 있는 승마 체험도 있었는데, 그래서 키우고 있는 말인 듯했다. 말 3마리가 있었는데 모두 털에서 윤기가 흘렀다.

점심 먹은 후에는 수영장에서 놀다가 자쿠지에 뜨뜻하게 몸도 담그고.. 개인적으로는 수영장도 물이 따뜻해서 좋았지만, 문둑이 날씨는 오락가락한 데 확실히 바닷가보다 훨씬 온도가 낮아서 좀 쌀쌀한 편이었고 그래서 자쿠지가 진짜 기분이 좋았다 ㅋㅋ
동남아에서 자쿠지가 기분이 좋을 줄이야..

그리고 저녁 전 가르기타에게 부탁해서 벽난로에 불을 붙여달라고 요청했다.
계속 비 오고 안개 끼고 날이엄청나게 습해서 모닥불이 생각보다 금방 꺼지긴 했지만, 켜져 있는 동안 맥주 마시면서 불멍을 하며 발리 여행의 마지막 날 밤을 정리했다.

내가 해 본 것들 외 정말 다양한 체험들이 있는데 요가 클래스, 헬시 드링크체험, 채소 정원 구경, 연 만들기, 발리 전통춤 배우기, 발리 공연 감상, 발리 전통의상 입어보기, 비누만들기, 삼발 만들기, 양초 만들기, 발리 전통악기 배우기 등…. 아무튼 뭐가 엄청 많다.
1인당 한화로 약 13,000원 정도 내면 할 수 있는 쿠킹클래스도 있다. 이렇게 할 게 많은데 3개밖에 못 해본 게 너무 아쉽다.

문둑 모딩 플랜테이션에서 3박을 하면서 보니까 유럽인들이 진짜 많고, 유럽인들의 휴가 특징인 리조트에 박혀서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맨날 똑같더라도 여유를 충분히 즐기다가 정말 가끔 주변 관광하고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다음에 호건이까지 셋이 재방문해서 5박하고 3박 정도는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체험 행사를 하면서 여유를 즐기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발리의 Nyepi Day에 대해 들은 이야기들

길리 트라왕안과 발리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별로 없긴하지만 그들에게 녜피데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각각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길리 트라왕안의 인사나 빌라에 묵었을 때, 호스트였던 독일인에게 우리가 이제 발리를 가는데, 발리 Nyepi Day 가 껴있다고 얘기했더니 이 시기에 발리에서 길리 트라왕안으로 도망 오는 여행객들이 꽤 있다고 한다.
녜피 데이는 발리의 힌두의 문화고, 길리 트라왕안은 종교색이 약하긴 하지만 롬복에 속하기 때문에 이슬람교여서 상관이 없는 곳이기 때문이라 한다.

문둑 모딩 플랜테이션에 묵을 때 원래 우리의 담당 버틀러였던 아릭이 설명해 주길
원래는 발리섬 전체의 녜피데이가 메인이고, 그 발리섬 전체의 녜피데이는 우리가 방문하기에 며칠 전에 이미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발리 전체 녜피데이 외에 동네마다 동네 원로들끼리 자기네 동네만의 녜피데이를 정하는데, 하필 우리가 방문하는 날이 문둑 동네 녜피데이가 겹친 것이라고.. 이날은 리조트 체크인, 체크아웃도 받지 않고 외국인도 외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발리 Nyepi Day 에는 집에서도 불을 켜지 않고, 사람들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이게 약간 비유를 하자면 지구에게 휴식을 주는 날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물론 관광객 입장에서는 하루 한시가 이렇게 소중한데 아무것도 못 하게 하니 이렇게 시간이 아까울 수가 없었지만, 덕분에 원래대로라면 쳐다도 보지 않았을 리조트 체험 프로그램도 하고 그냥 좋게 좋게 생각해서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다.

애로우 다이브센터 사장님이 우리를 리조트에 드롭해주면서 설명해 준 발리 Nyepi Day 는 원래는 문둑직원의 설명 같은 날이 맞지만, 지금의 Nyepi Day 는 사실상 집에서 먹고자고 하는 그냥 쉬는 날이 되었다고 한다 ㅋㅋㅋ
매우 현실적인 대답이었다. 세상살이 넘 힘들어.. 나였어도 그랬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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